영어 단어 빨리 외우는 법 — 시간이 아니라 회독을 줄이는 문제
'영어 단어 빨리 외우는 법'을 검색하는 순간은 대개 시험이나 숙제에 시간이 없을 때다. 그래서 나오는 답이 '쓰면서 다섯 번 반복하기', '소리 내어 읽기', '아침저녁으로 훑기' 같은 것들인데, 이 방법들의 공통점은 접촉 횟수를 늘리는 쪽이라는 것이다. 방향이 반대다. 빨리 외우고 싶을 때 늘려야 하는 게 아니라 줄여야 하는 건 한 단어를 외우는 데 필요한 만남의 횟수, 즉 회독 수다.
느린 사람은 읽는 게 느린 게 아니다
같은 단어장을 쓰는데 어떤 사람은 세 번 만나면 남고 어떤 사람은 열 번을 만나도 흐릿하다. 한 번 볼 때 드는 시간은 비슷하다. 차이는 필요한 만남의 수에서 난다. 단어당 총 학습 시간은 결국 이렇게 계산된다.
> 회독 수 × 한 번 만날 때 드는 시간
여기서 두 번째 항은 줄일 수 있어봤자 얼마 안 된다 — 눈깜짝할 사이에 읽는 사람이 특별히 유리한 게 아닌 것처럼. 진짜 변수는 첫 번째 항이고, 회독 수는 첫 만남의 질이 정한다.
첫 만남이 회독 수를 정한다
목록에서 만난 단어와 문장 속에서 만난 단어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persist = 끈질기게 남다라고 외운 persist와, "Yet the sound persisted"라는 문장에서 만난 persist는 다음에 다시 만났을 때 남아 있는 정도가 다르다. 문장 속 단어는 소리와 장면이 붙어서 저장된다. 인코딩 특이성 연구가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도 이것이다. 기억은 나중에 꺼내는 상황이 처음 넣은 상황과 비슷할수록 잘 꺼내진다. 실제 문장에서 만난 단어는 꺼낼 상황(말하고, 읽고, 듣는 순간)과 처음 만난 상황이 이미 비슷하다.
그래서 빨리 외우는 첫 단추는 좋은 단어 목록을 찾는 게 아니라, 내가 실제로 만나는 문장에서 단어를 모으는 것이다. 목록은 회독을 많이 요구하는 저장 방식이다.
첫 만남을 비싸게 만드는 두 가지
만나는 장소를 문장으로 옮겼으면, 그 다음은 첫 만남에 들이는 생각의 양이다. 처리 깊이 연구에서 오래 남는 건 오래 들여다본 단어가 아니라 깊게 처리한 단어였다. 실전에서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뜻을 먼저 추측하기. 사전을 바로 찾지 않고 몇 초라도 '이게 무슨 뜻일까'를 해보는 것. 틀려도 된다. 생성 효과 때문에 스스로 만들어낸 답은 받아 적은 답보다 오래 남는다. 추측이 틀렸을 때 오히려 정답이 더 선명하게 박히기도 한다.
문장째 저장하기. 단어만 뽑아 저장하면 첫 만남에서 공짜로 얻은 맥락을 버리는 것이다. 영상을 보다가 모르는 단어를 클릭하면 그 단어가 나왔던 문장이 통째로 카드에 남는 것도 같은 이유다. 다음 복습 때는 그 문장과 함께 뜻을 확인하게 된다.
만나고도 저장 안 한 단어는 리셋된다
빠르기의 적은 복습이 아니라 두 번 만나는 데 실패하는 단어들이다. 영상에서 만났고 대충 뜻도 봤는데 저장하지 않았다면, 다음에 그 단어를 만날 때 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앞서 들인 추측과 맥락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아 어디서 봤는데'는 회독 1회로 치지 않는다.
그래서 저장을 만나는 자리에서 끝내는 게 속도의 문제가 된다. 유튜브 자막에서 단어를 클릭하면 뜻과 예문이 담긴 카드 후보가 바로 뜨고, 고르면 저장까지 끝나는 흐름(Anki 없이 영어 단어 카드 만들기)을 쓰는 이유가 이것이다. 나중에 몰아서 정리하겠다는 계획은 대부분 사라진 단어들의 목록일 뿐이다.
반복은 타이밍 문제고, 이건 도구가 하는 일
저장했으면 남은 건 만나는 타이밍이다. 잊기 직전에 만나면 회독 한 번이 몇 번치 효과를 하고, 다 잊은 뒤에 만나면 사실상 첫 만남이다. 이 타이밍 계산을 손으로 하다 관리가 먼저 무너지는 얘기는 영어 단어 암기법에서 자세히 정리했으니 여기서는 한 줄만 둔다. Piccard는 Anki가 기본으로 쓰는 FSRS 알고리즘이 카드마다 다음 만남을 잡아주고, 나는 오늘 큐만 비우면 된다.
하루에 넣는 양을 줄이는 게 빠르다
마지막 역설. 하루에 쉰 개씩 넣으면 그날 기분은 빠르다. 그런데 복습 큐는 그 배수로 불어나고, 며칠 못 가 큐가 감당이 안 되면 결국 전체를 놓게 된다. 속도의 기준을 '오늘 본 단어 수'가 아니라 '일주일 뒤 남아 있는 단어 수'로 잡으면, 하루 열 개 남짓이 총량 기준으로는 가장 빠르다. 많이 넣고 무너뜨리는 것보다 적게 넣고 유지하는 쪽이 총량에서 이긴다.
이 방식이 안 맞는 순간
시험이 사흘 남았고 범위가 단어장 전체라면, 이때는 몰아서 훑는 게 맞다. 간격을 벌릴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회독 수 이야기는 사치다. 또 문장으로 만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 목록을 정복하는 게 목적인 사람에게는 단어장 비교 글 쪽이 더 유용하다.
비용
Piccard는 시작할 때 150 에너지가 주어지고, 카드 한 장에 1 에너지다. 쓴 만큼만 $5/$10/$20 충전하는 구조라 매달 나가는 돈은 없다. 충전한 에너지는 만료되지 않는다. 요금은 사이트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시작
Piccard 크롬 확장 설치 후 평소 보던 영상을 하나 열고, 모르는 단어를 만나면 몇 초 추측을 먼저 해보자. 그다음 클릭해서 문장째 저장하면 첫 만남은 끝났다. 빨리 외우는 법의 실체는 그때부터 자동으로 예약되는 회독을 가능한 한 적게 만드는 것까지다.
(잊는 구조와 간격·회상·맥락 세 조건은 영어 단어 암기법에서, 유튜브에서 단어를 모으는 습관은 유튜브 보다가 영어 단어장 만들기에서 더 자세히 다룹니다.)
전체 글 목록은 Piccard 블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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