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영어 공부법 — 순서는 다 아는데, 무너지는 건 복습이다
'수능 영어 공부법'을 검색하는 사람은 대개 순서를 찾고 있다. 단어부터 할까, 문법부터 할까, 독해는 언제 붙이나. 그런데 이 질문들에는 답이 이미 나와 있다 — 어느 커리큘럼을 펴도 뼈대는 같다. 단어와 구문을 먼저 깔고, 지문으로 올라가고, 기출로 마무리한다. 순서를 몰라서 영어가 무너지는 수험생은 거의 없다. 무너지는 지점은 다른 곳에 있다. 계획표에서는 지나간 항목이 시험날까지 매일 다시 만나져야 한다는 조건 — 복습이 빠져 있다.
그래서 이 글은 순서 목록 대신 뼈대 세 개로 적는다. 무엇을 먼저, 무엇을 매일, 무엇을 시험 앞에. 그리고 그 밑에 구조적 사실 하나를 깐다 — 어휘는 루트의 한 단계가 아니라 모든 문항 유형의 아래에 깔리는 층이라는 것. 어휘 범위와 빈출 목록이라는 재료 문제는 수능 영단어 글이 지키고 있으니 여기서 다루지 않는다. 이 글은 그 재료가 전체 루트의 어느 자리에 놓이는지를 다룬다.
한눈에. 실패의 대부분은 세 층 중 매일이 무너져서 온다.
| 시기 | 하는 일 |
|---|---|
| 먼저 | 받아둔 목록을 훑어 모르는 것만 걸러 덱을 짓는다 |
| 매일 | 복습 큐 비우기 + 듣기, 두 레일 |
| 시험 앞 | 새 카드를 끊고 모의고사가 가리키는 층에만 시간을 쓴다 |
어휘는 단계가 아니라 층이다
흔한 계획은 이렇게 짠다. "3월까지 단어 끝내고 4월부터 독해." 어휘를 달력 위의 한 단계로 두는 순간 그건 지나가야 할 항목이 된다. 그런데 잊는 속도는 달력을 모른다 — 처음에 급격하게 그다음 완만하게 지워지는 망각 곡선의 모양이 어휘에도 그대로 적용될 뿐이다. '끝낸' 단어들은 복습 목록에서 빠지고, 가을 지문에서 낯선 얼굴로 돌아온다.
왜 층이어야 하는지는 문항 유형별로 보면 된다. 독해도 듣기도 모르는 단어에서 무너진다.
듣기는 되감기가 없다. 모르는 단어가 지나가면 그 문장 전체가 지나간다. 소리는 알아들어도 뜻이 없으면 그 문항은 이미 끝나 있다.
독해는 전부 이해 위에 서 있다. 빈칸, 글의 순서, 문장 삽입 — 유형은 달라도 묻는 건 하나다. 지문을 이해했는가. 그리고 이해는 어휘 위에 서 있다. 모르는 단어 하나가 문장 하나를 무너뜨리고, 문장 하나가 선택지 하나를 무너뜨린다.
어법 밑줄도 어휘의 다른 낯이다. 품사 변형을 묻는 선택지는 단어의 형태 지식이고, 구문을 판단하려면 그 문장부터 읽혀야 한다. 어휘가 걸리면 구문을 볼 눈이 남지 않는다.
단계로 둔 어휘는 끝내는 것이고, 층으로 둔 어휘는 매일 유지하는 것이다. 수능 영어 공부법의 절반은 이 배치 하나로 정리된다.
먼저 — 외우기 전에 걸러내기
루트의 첫 칸은 외우기보다 걸러내기다. 목록을 한 번 훑어 모르는 것만 남기는 첫 작업의 이유와 계산은 수능 영단어 글이 지키고, 여기서는 그 걸러낸 덱이 루트의 첫 칸에 놓인다는 배치만 적는다. 저는 이 흐름을 만드는 쪽(Piccard)에서 일하고 있어서 그 도구로 적는다.
올려서 후보 받기. 재료는 받아둔 어휘 pdf나 학교 자료다. 올리면 단어와 예문이 들어 있는 후보 카드 목록이 오는데, 모르는 것만 골라 저장한다(한 번에 스무 장까지). '먼저' 칸의 하루 분량은 여기서 정해진다 — 그날 올린 자료만큼이 곧 그날 걸러내기의 범위다.
지문에서 만나면 그 문장과 함께. EBS 교재나 기출 지문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를 만나면 그 자리에서 카드로 뺀다. 앞면은 단어, 뒷면은 내가 놓친 뜻, 예문 자리에는 원문장이 그대로 들어간다. 왜 문장째 저장하는지의 원리는 영어 문장 외우기에 정리돼 있으니 여기서는 위치만 적는다. 지문에서 건진 어휘는 독해의 재료이면서, 같은 단어가 듣기에서 다시 나올 때의 밑천이기도 하다 — 한 층이 두 루트에 동시에 깔리는 구조다.
매일 — 두 개의 레일
매일의 목록은 두 개로 충분하다. 복습 큐 비우기, 그리고 듣기.
복습 큐. 실패의 대부분이 여기서 온다. 예시로 계산해 보자. 매일 새 카드 스무 장씩 받으면서 복습은 주말에 몰아서 하기로 하면, 2주 만에 주말이 받아야 할 카드는 20 × 14 = 이백팔십 장이다. 그 주말 하루가 무너지면 큐는 미뤄진 채 쌓이고, 쌓인 큐를 마주하는 날 복습은 통째로 놓게 된다. 잘 짠 순서가 이 산수 하나로 무너진다 — 실패가 순서가 아니라 복습에서 온다는 논지의 실체다. 수는 예시고, 하루 분량을 줄이면 같은 구조가 더 느리게 도착할 뿐이다.
그래서 복습 타이밍은 계산에 맡긴다. Piccard는 FSRS-6으로 카드별로 잊을 시점을 계산해 그날 볼 카드만 큐에 올리고 — 잊기 직전의 만남이 기억을 가장 오래 남긴다는 간격 반복 연구의 결론을 스케줄이 대신 실행한다. 네 단계(다시/어려움/좋음/쉬움) 평가를 따라 틀린 카드는 이르게 오고 맞힌 카드는 간격이 벌어진다. 매일 레일의 분량은 내가 정하지 않는다. 어제까지의 내 정답이 정한다.
듣기. 귀는 매일 굴러가는 쪽이고, 여기에 별개의 문제가 하나 붙는다 — 눈 어휘와 귀 어휘는 다른 트랙이라는 것. 눈으로 아는 단어가 귀로는 안 잡히는 경우가 듣기에서 걸리고, 그 단어는 지나칠 게 아니라 듣기 낯으로 다시 만들어야 할 카드다. 재료는 자막이 있는 영상이 싸다. 확장을 켜면 영어 자막과 한국어 자막이 함께 뜨고, 모르는 단어가 나온 자막 한 줄을 클릭하면 그 문장이 담긴 후보 카드가 오고, 고르면 저장된다. 영상 전체가 한 번에 카드로 바뀌는 일은 없다 — 클릭한 그 줄만 간다. 소리와 뜻이 같은 문장에서 붙으니 복습할 때 그 단어는 지문이 아니라 그 장면에서 돌아온다.
시험 앞에 — 측정이 가리키는 곳에만
모의고사는 풀 재료가 아니라 잣대다. 점수보다 볼 건 어느 층이 무너졌는지다 — 듣기에서 놓친 게 단어인지, 지문이 시간에 걸린 건지, 시간에 걸린 이유가 다시 단어인지. 모의고사가 가리키는 곳에만 다음 주의 시간을 붓는다. 전 유형을 골고루 다시 도는 건 시험 앞의 일이 아니라 초반의 일이었다.
새 카드는 시험 한두 달 전에 끊는다. 이후의 어휘 시간은 전부 복습 큐 쪽으로 돌아가고, 끝의 2~3주는 틀리던 카드에만 붙는다 — 시험까지 남은 시간의 배분 계산은 수능 영단어 글이 지키고 여기서는 과목 전체의 배분만 적는다. 시험 앞의 어휘 시간은 흐르는 시간이어야 한다. 간격이 벌어진 카드의 하루 분량은 줄어 있으니, 층은 그대로 깔려 있되 부담은 작아져 있는 게 정상이다.
이 루트가 안 맞는 순간
어휘가 이미 잡힌 사람에게 이 글의 '먼저'는 답이 아니다. 지문이 느린 이유가 구문에 있으면 병목은 구문 쪽이고, 필요한 것도 어휘 덱 대신 구문 훈련이다. 시험이 몇 주 남지 않았다면 새로 덱을 짓지 마라 — 쓰던 단어장을 두 바퀴 훑고 마는 편이 낫다. 뼈대는 같고 재료가 다른 시험의 판은 토익 영단어 pdf에 있다. 그리고 과목 없는 암기의 일반 원리가 궁금하다면 이 글이 아니라 암기 잘하는 법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용
Piccard의 구조만 적는다. 시작할 때 150 에너지가 주어지고, 카드 한 장에 1 에너지다. 쓴 만큼만 $5/$10/$20 충전하는 구조라 매달 나가는 돈은 없고, 충전한 에너지는 만료되지 않는다. 요금은 사이트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시작
Piccard 크롬 확장 설치 후 받아둔 단어 자료를 올려 후보에서 모르는 것만 골라도 되고, 오늘 읽은 지문에서 걸린 단어부터 저장해도 된다. 오늘 돌아온 복습까지 비우면 첫 바퀴는 끝난다 — 순서는 여기까지가 전부고, 그다음부터는 매일이 하는 일이다.
(어휘 범위와 빈출 목록, 덱을 시험일에서 거꾸로 계산하는 흐름은 수능 영단어에서, 문장째 저장하는 원리는 영어 문장 외우기에서, 과목 없는 암기 원리는 암기 잘하는 법에서 다룹니다. 같은 뼈대의 다른 시험판은 토익 영단어 pdf입니다.)
전체 글 목록은 Piccard 블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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