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단어 책 추천 — 더 좋은 책이 아니라 끝낼 수 있는 책

책장에 영어 단어 책이 있다면 지금 꺼내 펼쳐 보라. 접힌 자국과 형광펜 자국은 대개 앞의 스무 쪽 안에 끝나 있고, 그 뒤로는 백지다. 좋은 책을 골라 산 사람이 매번 여기서 멈추고, 그다음 달에 '더 좋은 책'을 다시 검색한다. 이 글에는 책 이름이 없다. 펼쳐 보지 못한 책의 품질을 논할 자격이 없고, 이름 목록은 검색 결과에 이미 넘쳐 난다. 대신 질문을 바꾼다 — 어느 책이 좋냐가 아니라, 이 책을 내가 끝낼 수 있느냐. 수능·토익 같은 시험용과 회화용은 각각 글이 있으니 여기서는 뺀다. 이 글은 그 외의, 영어 단어를 늘리려고 책을 사는 자리다.

좋은 책도 스무 쪽에서 끝나는 이유

첫 만남이 없는 쪽을 넘긴다. 단어 책은 초급자도 사야 하니 앞쪽에 쉬운 단어부터 놓는다. 한 쪽에 단어 서른 개 중 모르는 게 세 개라면, 하루 네 쪽을 넘겨도 첫 만남은 하루 열두 개다. 진도는 나가는데 배우는 일은 그 안에 없으니 흥미가 떨어지는 건 의지 탓이 아니라 구조 탓이다.

읽어도 무엇이 남았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단어와 뜻이 나란히 놓이면 눈은 뜻을 먼저 읽는다. 스스로 꺼내 보는 쪽이 읽는 것보다 오래 남는다는 결론을 테스팅 효과 실험들은 오래전부터 쌓아 왔는데, 나란한 표는 회상을 한 번도 요구하지 않는다. 확인 없는 공부는 동기를 오래 붙들지 못한다. 잊고 또 잊는 구조 자체는 영단어 암기법에서 다뤘으니 여기서는 줄인다.

단원 쪼개기는 내 속도와 무관하다. 책은 평균 학습자의 하루치로 지면을 쪼갠다. 내 하루와 어긋나는 순간 '밀림'이 기본 상태가 되는데, 밀린 사람이 실제로 고르는 쪽은 오늘 분량을 두 배로 하는 것이 아니라 첫 단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책장의 무덤은 그 선택에서 생긴다.

끝낼 수 있는 책의 네 기준

밀도. 한 쪽에 모르는 단어가 몇 개인가. 펼쳐서 센다 — 서른 개 중 여덟에서 열둘이면 그 책은 지금의 나에게 맞다. 세 개 이하면 교재가 아니라 사전이라 끝낼 이유가 없고, 스물다섯을 넘으면 첫 만남만 쌓여 회상이 감당하지 못한다. 책의 레벨 표기보다 이 숫자가 정확하다.

예문의 자리. 예문이 단어와 같은 쪽에 있고, 문장 안에서 그 단어가 실제로 쓰이는 모양 — 동사라면 무엇과 묶이는지, 명사라면 어떤 전치사를 데리고 다니는지 — 을 보여 주는가. 예문이 따로 묶여 있으면 펼치는 횟수만큼 안 보게 되고, 목록만으로 두 바퀴를 돌리면 세 번째 바퀴부터 남는 게 없다.

가림. 뜻을 덮고 단어만 볼 장치가 책 안에 있는가. 커버 카드, 빈칸, 예문 속 공백 — 무엇이든 좋다. 장치가 없으면 회독할 때마다 손바닥이나 종이로 덮는 마찰을 내가 물어야 하고, 마찰은 회독 수를 갉아먹는다. 참고로 복습 일정, 즉 뭘 언제 다시 볼지는 어떤 책에도 없다. 가림 장치는 책이 해 줄 수 있는 마지막까지고 일정은 밖에서 온다.

걸러냄. 첫 회독의 본체는 거르는 일이다 — 이 구조의 분석은 영어 단어장에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지면은 지워지지 않으니 걸러낸 단어가 다음 회독에도 그대로 누워 있다. 3,000단어 책에서 이미 아는 게 2,000이라면, 단어당 2초로만 잡아도 한 바퀴에 67분을 아는 단어를 스치는 데 쓰고 세 바퀴면 세 시간이 넘는다. 걸러낸 것이 물러나는 구조는 지면에는 없다.

기준펼쳐서 확인하는 것기준이 없으면
밀도한 쪽에서 모르는 단어 수첫 만남이 너무 적거나 너무 많다
예문의 자리예문이 같은 쪽에, 쓰임을 보여 주는지세 번째 바퀴부터 남는 게 없다
가림뜻을 덮는 장치회독이 읽기로 미끄러진다
걸러냄걸러낸 단어가 물러나는 구조아는 단어를 매 바퀴 다시 스친다

이미 산 책에 적용하는 법

서랍에서 꺼낸 책에 이 기준을 적용하는 데는 십 분이면 족하다. 아무 쪽이나 세 곳을 펼쳐 모르는 단어를 센다. 세 곳이면 샘플이 된다.

밀도가 세 개 이하로 나오면 그 책을 지금 끝내려 하지 마라. 그 책은 이 단계의 나에게 사전 노릇을 하는 중이다. 스물다섯을 넘으면 한 단계 낮은 책이고, 지금 책이 아니다. 여덟에서 열둘이면 손에 잡은 책이 맞다 — 단, 첫 회독의 과제는 걸러내기로 정해 두고 시작한다.

여기서 '책을 끝낸다'의 뜻이 바뀐다. 마지막 쪽까지 넘기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단어를 전부 꺼내 다른 곳에 두는 것. 꺼내고 나면 책은 선반으로 돌아가고 남는 것은 모르는 단어만 남긴 목록이다.

끝낸 단원을 카드로 옮긴다

저는 이 도구를 만드는 쪽에 있어서 Piccard로 적는다.

단원을 찍어 올려서. 걸러낼 단원을 사진으로 올리면 단어·뜻·쓰임 예문을 담은 카드 후보가 오고, 모르는 것만 골라 넣는다. 한 번에 넣을 수 있는 총량은 스무 장까지다. 눈과 형광펜으로 하던 걸러내기가 체크박스로 바뀐다. 단원이 백 단어에 모르는 게 서른다섯이면 카드는 서른다섯 장이고, 새 카드를 하루 스무 장씩 넣으면 이틀 치다.

읽다가 걸리면 그 자리에서. 웹페이지의 영어 단어를 더블클릭하면 학습자용 영어 사전이 뜨고 그대로 카드로 저장된다. 자막이 있는 유튜브 영상에서는 확장이 한국어·영어 이중 자막을 띄우고, 걸리는 자막 한 줄을 찍으면 후보 카드가 온다. 영상에서 온 카드는 복습할 때 그 문장이 나왔던 시점부터 다시 재생된다.

FSRS-6가 복습 일정을 계산한다. 각 카드를 잊을 만한 때를 짚어서 그날 볼 카드만 낸다. 근거는 연구 두 가지다 — 시간이 흐르면 기억은 대부분 흩어지고(망각 곡선), 한 번 잊을 만한 때에 다시 만난 기억만 오래 남는다(간격 반복). 책에는 없던 '뭘 언제 다시 볼지'가 여기서는 카드별로 돈다.

이 방식이 안 맞는 순간

시험 범위가 필요한 준비라면 일반 책 기준보다 시험별 기준이 먼저다 — 수능 영어 단어장 추천토익 영단어 pdf가 그 글이다. 회화 표현이 목적이면 영어 회화 단어 책 추천 쪽이 맞다. 영상 기능은 유튜브만 된다. 다른 동영상 서비스의 자막은 지원하지 않는다. 사진·파일·긴 붙여넣기로 재료를 올리는 길은 영상과 무관하게 열려 있다. 그리고 지금 갖고 있는 책으로 잘 돌아가는 회독이라면 새 방식을 덮지 마라. 이 글은 서랍의 무덤을 정리하러 온 사람의 것이다.

비용

Piccard의 구조만 적는다. 시작할 때 150 에너지가 주어지고, 카드 한 장에 1 에너지다. 쓴 만큼만 $5/$10/$20 충전하는 구조라 매달 나가는 돈은 없고, 충전한 에너지는 만료되지 않는다. 요금은 사이트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시작

Piccard 크롬 확장 설치 후, 서랍의 단어 책을 꺼내 세 곳 펼쳐 모르는 단어부터 세고, 첫 단원을 찍어 올려 모르는 것만 골라 보자. 카드 오십 장과 오늘 복습을 비우면 첫날은 충분하다. 그다음부터 그 책은 선반 위의 재료가 된다.


(단어장 종류별로 잘하는 일은 영어 단어장에서, 받아둔 pdf를 재료로 쓰는 흐름은 영어 단어장 pdf에서, 잊고 또 잊는 구조와 대책은 영단어 암기법에서 다룹니다. 시험용은 수능 영어 단어장 추천토익 영단어 pdf, 회화용은 영어 회화 단어 책 추천에서입니다.)

전체 글 목록은 Piccard 블로그에서.

Piccard 무료로 시작하기

처음 150 에너지는 무료예요. 신용카드가 필요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