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영어 단어장 추천 — 책을 고르는 기준과 책을 안 사는 쪽
'수능 영어 단어장 추천'을 검색한 사람이 기대하는 건 책 이름 목록일 것이다. 이 글은 책 이름을 늘어놓지 않는다. 특정 책을 밀 이유도 없다. 책을 팔지도 않고, 목차를 펴보지 않은 책의 품질을 말할 자격도 없다. 대신 두 가지를 준다. 책을 산다면 펴기 전에 볼 구성 기준, 그리고 책을 사지 않고 재료를 직접 덱으로 만드는 흐름. 수능 단어장의 재료는 서가에만 있지 않다 — 학교에서 받은 어휘 자료, 사 놓고 펴지 않은 목록, 매일 읽는 연계 교재 지문에도 있다.
수능 단어장은 고르기 전에 갈래로 갈린다
시중 수능 단어장은 담은 단어보다 어떤 순서로 묶었느냐로 갈린다. 대체로 네 갈래인데, 갈래를 잘못 고르면 같은 사람에게서도 결과가 달라진다.
빈출·빈도 순서형. 기출을 훑어 자주 나온 순서대로 놓는다. 재료의 근거가 네 갈래 중 가장 분명하고, 범위가 공개된 적 없는 시험에서 '일단 돌 순서'를 준다는 점에서 출발이 빠르다. 죽는 지점은 이것이다 — 빈출 순위는 출제 통계지 내 수준에 대한 정보가 아니다. 자주 나온 단어일수록 학교에서 이미 만났을 가능성이 크니, 처음 보는 단어는 뒤로 쌓이니, 앞장은 아는 단어 사이로 지나가다 뒤로 갈수록 페이스가 꺾인다. 빈출 목록이 사실상의 범위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는 수능 영단어에서 했으니 여기서는 줄인다.
EBS 연계·교과서 계열형. 수능 출제가 연계 교재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제도 위에 짜인 갈래다. 시험이 실제로 지문을 가져오는 곳과 가장 가깝고, 수업 진도와 같은 궤로 돌릴 수 있다. 그런데 이 갈래가 무너지는 곳은 의외로 단어장 쪽이다. 재료는 목록보다 지문에서 나온다. 교재를 읽으며 직접 걸린 단어는 내 것이 되는데, 남이 뽑아 놓은 목록으로만 지나가면 그 접점이 사라진다. 손에 연계 교재가 있다면 걸러낼 재료는 이미 있는 셈이고, 단어장은 그 옆자리다.
주제·제재 묶음형. 환경, 과학기술, 예술처럼 수능 지문이 다루는 제재 단위로 묶는다. 지문 유형과 대응해서 읽기 연습과 붙여 돌리기 좋고, 비슷한 맥락의 단어가 한데 있으니 연상이 이어진다. 죽는 지점은 순서다 — 시험 지문은 제재를 섞어 내는데 단어장은 제재별로 나뉘어 있다. 외운 자리(제재 장)와 회상하는 자리(섞인 지문)가 어긋나면 알던 단어도 그 지문에서는 뜨지 않는다. 그리고 올해 내가 어떤 제재를 만날지는 시험장에 가 봐야 안다.
어원·연상 기억술형. 어근·접두사로 묶거나 연상 이미지를 붙여 낯선 단어의 첫 만남을 줄인다. 모르는 것을 아는 것에 매다는 건 한 방법이 맞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어원이 뜻을 그대로 설명해 주는 단어에는 한계가 있고, 억지 연상은 연상 경로만 기억시킬 수 있다. 시험장에서 주어진 시간은 지문 한 줄이고 회상은 그 안에서 일어나야 한다. 기억술은 처음 걸어두는 고리지, 그 고리를 따라가는 회상 연습 자체가 아니다.
첫 질문은 '어느 책이 좋냐'에서 '이 네 갈래 중 무엇이 내 재료와 일정에 맞느냐'로 바뀐다. 그리고 갈래가 무엇이든 무너지는 지점은 공통이다.
| 갈래 | 강점 | 무너지는 지점 |
|---|---|---|
| 빈출·빈도 순서형 | 출발이 빠르다 | 앞쪽은 이미 아는 단어가 많다 |
| EBS 연계·교과서 계열형 | 시험 재료와 가장 가깝다 | 목록으로만 지나면 접점이 사라진다 |
| 주제·제재 묶음형 | 연상이 이어진다 | 실제 지문은 제재를 섞어 낸다 |
| 어원·연상 기억술형 | 첫 만남이 쉽다 | 회상 연습 자체는 아니다 |
갈래가 달라도 무너지는 지점은 같다
표를 읽는 건 외기가 아니다. 가리개 없이 단어와 뜻을 나란히 보는 건 회상 연습이 아니라 독서다. 시험장에서 필요한 동작은 반대 방향이다 — 지문을 읽다가 만났을 때 기억에서 뜻을 꺼내야지, 표를 펼 수는 없다. 스스로 꺼내 보는 편이 다시 읽기보다 오래 남는다는 건 테스팅 효과 연구가 오래 전부터 쌓아 둔 결론이다.
Day는 책의 시간표지 내 시간표가 아니다. 두꺼운 목록을 하루치로 쪼개 놓으면 계획은 책이 짠 셈이 된다. 학교 진도, 내신, 모의고사 사이에서 책의 Day를 지키는 건 금방 무너지고, 밀린 단어장은 1일 차로 돌아간다. 회화 단어장과 달리 수능 단어장에는 끝이 있다 — 시험 날짜가 정해 주니까. 그래서 '끝까지 감'이 목적인데, 정작 끝까지 가는 사람은 Day를 지킨 사람이 아니라 자기 속도로 걸러서 돌린 사람이다.
단어장의 예문은 짧고 지문의 문장은 길다. 단어장 예문은 한 단어를 보여 주는 데 맞춘 문장이다. 수능은 문맥 속에서 뜻이 어긋나는 지점을 묻고, 아는 단어의 다른 뜻이 걸리는 순간이 실제 감점 지점이다 — 이건 목록을 아무리 돌려도 만나지 않는 종류의 문제다. 뜻의 어긋남을 노리는 구조가 토익과 같다는 풀이는 토익 영단어 pdf에 있으니 여기서는 줄인다.
그래도 서점에서 산다면 확인할 것
서가 앞에서 다섯 분이면 되는 확인이 세 가지 있다. 구성이 네 갈래 중 무엇인지 — 갈래가 내 재료와 일치해야 죽는 지점이 늦어진다. 예문이 단어만 보여 주는 짧은 구인지 지문 풍의 온전한 문장인지 — 짧을수록 첫 만남에 좋고 길수록 시험과 닮는다. 그리고 복습 구조가 책 안에 있는지. Day 표가 전부라면 복습 없는 책이고, 산다면 복습은 책 밖에서 내가 지어야 한다는 뜻으로 읽으면 된다.
더 강한 쪽: 이미 손에 있는 재료로 짓는다
수능 단어장의 재료는 서가보다 먼저 손에 있다. 학교에서 받은 어휘 자료, 사 놓고 펴지 않은 목록 pdf, 그리고 지금 읽는 연계 교재와 기출. 여기서 모르는 것만 걸러 카드로 만들면 '내가 모르는 단어만 있는 단어장'이 된다. 책을 고르는 문제가 걸러내는 문제로 바뀌는 순간이다.
수는 예시로 잡는다. 목록이 3,000단어이고 모르는 게 삼분의 일이면 첫 덱은 1,000장이다. 하루 새 카드 스무 장이면 새 카드만 오십 날이다. 걸러내지 않고 3,000장을 통째로 만들면 세 배 — 회독이 시작도 전에 길어진다. 내 비율을 넣으면 내 계산이 나온다.
실제 흐름
저는 이 흐름을 만드는 쪽(Piccard)에서 일하고 있어서 그 도구로 적는다.
받아둔 목록을 올려서. 단어장 pdf나 받아둔 어휘 자료를 통째로 옮겨 치지 않는다. 올리면 단어·뜻·예문이 담긴 카드 후보가 뜨고, 필요한 것만 골라 저장한다 — 한 번에 스무 장까지. 몰아서 실을 수 없다는 제한이 첫날 분량을 대신 정해 준다. 걸러낸 결과가 내 덱이 된다.
연계 교재·기출 지문에서 문장째. 지문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를 만나면 그 문장과 함께 카드로 뺀다. 앞면은 단어, 뒷면은 내가 놓친 뜻, 예문 자리에 그 단어가 나온 원래 문장. 복습할 때 지문의 맥락이 같이 돌아온다 — 어떤 제재의 어떤 문장에서 만났는지가 카드에 남는다.
자막이 있는 영상에서. 듣기 어휘가 약하거나 지문 밖에서 어휘를 만나고 싶을 때는 자막이 있는 영상을 본다. Piccard 확장을 켜면 영어·한국어 이중 자막이 뜨고, 걸리는 자막 문장 한 줄을 클릭하면 후보 카드가 오고, 고르면 그 문장이 예문으로 그대로 저장된다. 클릭 두 번이다.
회독은 FSRS가 대신 돌린다
카드가 쌓이면 다음 문제는 관리다 — 뭘 언제 다시 볼지. 종이 단어장이 이 질문에 답하는 방식은 밑줄과 회독 표시뿐이다. Piccard의 복습 일정은 FSRS-6 알고리즘이 계산한다. 카드마다 잊을 만한 시점을 추정해서 그날 볼 것만 주고, 네 단계(다시/어려움/좋음/쉬움)로 평가하면 틀린 카드는 간격이 짧아지고 맞힌 카드는 길어진다.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잊는다는 망각 곡선과 잊기 직전에 다시 만난 것만 오래 남는다는 간격 반복 연구가 이 설계의 바닥에 있다. 단어장에서 Day로 세던 회독이 여기서는 카드별 간격으로 돈다.
이 방식이 안 맞는 순간
이미 산 단어장으로 회독이 잘 돌아가고 있다면 도구를 바꾸지 마라 — 돌아가는 회독을 깨는 게 손해다. 시험이 두어 달 안쪽이면 새 덱은 늦었다. 손에 있는 책을 두 바퀴 훑고 마는 편이 낫다. 이 글은 서가 앞에서 아직 못 고른 사람, 산 책이 책장에서 끝난 사람의 것이다.
비용
Piccard의 구조만 적는다. 시작할 때 150 에너지가 주어지고, 카드 한 장에 1 에너지다. 쓴 만큼만 $5/$10/$20 충전하는 구조라 매달 나가는 돈은 없고, 충전한 에너지는 만료되지 않는다. 요금은 사이트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시작
Piccard 크롬 확장 설치 후, 받아둔 목록의 첫 묶음을 올려 모르는 것만 골라도 되고, 오늘 읽은 지문에서 걸린 단어부터 저장해도 된다. 카드 오십 장과 오늘의 복습까지 비우면 시작은 끝이다. 그다음부터는 책의 Day가 아니라 내가 걸러낸 덱이 회독을 돌린다.
(수능 어휘의 범위와 빈출 목록 구조는 수능 영단어에서, 단어장 종류별로 잘하는 일은 영어 단어장에서 다룹니다. 시험이 아니라 실사용 단어 책을 고르는 기준은 영어 회화 단어 책 추천에서, 시험별 같은 뼈대는 토익 영단어 pdf에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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