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단어장 — 종이·책·pdf·앱·카드, 종류별로 잘하는 일이 다르다
'영어 단어장'을 검색하는 순간은 대개 뭔가를 시작하려는 순간이다. 문제는 검색창 하나에 노트, 교재, pdf, 앱, 카드가 전부 섞여 나온다는 것이다. 질문은 하나인데 후보는 다섯이다. '어떤 게 제일 좋냐'로 물으면 답이 없다. '이 단어장이 대신 해주는 일이 무엇이냐'로 물으면 답이 생긴다. 이 글은 그 순서대로 정리한다 — 종류, 목적에 따른 선택, 그리고 직접 만드는 일.
다섯 종류, 각자 잘하는 일
손으로 쓰는 종이 단어장. 첫 만남에 강하다. 쓰는 속도가 느리다는 게 약점이 아니라, 그 시간 자체가 단어를 처음 처리하는 시간이다. 분량을 계산해 보면 성격이 드러난다 — 예시로 한 쪽에 서른 단어씩 1,800단어를 쓰면 예순 쪽, 노트 세 권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아는 단어와 헷갈리는 단어가 같은 지면에 있으니 상태를 표시하려면 색펜 체계를 스스로 발명해야 하고, 볼 순서는 결국 페이지 순서밖에 없다.
시중 단어 책(교재). 범위 검증이 이미 끝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출판사가 기출을 훑은 결과가 Day별 단원으로 포장돼 있으니, 시험 범위를 처음부터 다시 짤 필요가 없다. 대신 이 책에는 나에 대한 정보가 없다. 빈출순으로 앞쪽에 놓인 단어의 상당수를 이미 알고 있는 게 보통이라, 책을 편 첫 작업은 외우기가 아니라 걸러내기가 된다 — 이 구조의 분석은 수능 영단어에 있다.
pdf. 구하는 데 5초 걸린다는 게 이 형태의 실력이다. 여기서는 다른 종류가 못 따라온다 — 받아둔 목록 몇 개를 나란히 놓고 구성을 비교하기에도 제일 낫고, 시험 범위를 확인하고 밖을 거르기에도 제일 빠르다. 못 주는 건 두 가지다. 잊기 직전에 다시 나타나는 스케줄, 가리지 않고 떠올리는 능동적 회상. 받고 나서 왜 세 페이지에서 멈추는지는 영어 단어장 pdf의 주제다.
목록형 앱. 목록이 앱 안에 미리 짜여 있다. 내가 모은 단어를 저장한다기보다 앱이 정한 순서를 따라가는 형태다. 편한 건 분명하다 — 설치하면 그 즉시 시작된다. 약한 지점도 같은 곳에 있다. 내가 언제 잊는지는 단어마다 다른데 커리큘럼이 정해져 있으면, 아는 단어와 모르는 단어가 같은 날 돌아온다. 알림은 오지만 그 시점이 내 망각 속도와 맞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직접 만드는 카드 덱. 앞의 넷이 '재료'라면 이쪽은 '계획'이다. 카드 한 장이 관리 단위가 되고, 몇 번 봤고 몇 번 놓쳤는지가 지면의 표식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는다. 무엇을 언제 다시 볼지를 단어장이 대신 정해주는 유일한 형태인데, 대가는 이걸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래 절반은 그 제작 이야기다.
고르는 기준은 목적이다
시험. 날짜가 정해져 있으니 계획은 뒤에서 세운다. 정답은 조합이다. 범위를 잡는 데는 책이나 pdf가 최고다 — 검증된 목록을 받아서 거르면 된다. 걸러낸 것을 복습으로 돌리는 건 카드가 맡는다. 새 카드는 시험 한두 달 전에 끊고, 그다음엔 돌아오는 카드만 비운다. 시험별 실제 흐름은 토익 영단어 pdf에 뼈대로 정리돼 있다.
회화. 시험 어휘가 인식(영어를 보고 뜻을 아는 것)이라면 회화는 산출이다. 말하고 싶은 것을 영어로 꺼내야 한다. 방향이 다르면 연습도 달라져야 하는데, 영어→한국어만 반복하면 읽는 데는 쓰여도 입에서 나오지 않는다. Piccard 카드는 이 방향을 트랙으로 나눠 놓았다. 앞면→뒷면(인식)과 뒷면→앞면(산출)을 따로 스케줄하고, 산출 트랙은 그 방향 연습을 시작할 때 열린다. 회화가 목적이면 이 두 번째 트랙이 본체고, 뜻만 붙이지 말고 같이 쓰이는 연어를 얹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상. 영상으로 공부하는 사람은 단어를 만나는 장소가 애초에 단어장이 아니라 자막이다. 그러면 단어장의 역할은 저장소로 줄어든다. 자막이 있는 유튜브 영상에서 문장 한 줄을 클릭하면 그 문장이 예문으로 들어간 카드를 만들 수 있다 — 모으는 습관 전체는 유튜브 보다가 영어 단어장 만들기에 정리돼 있다.
직접 만들기 — 재료를 덱으로
저는 이 흐름을 만드는 쪽(Piccard)에서 일하고 있어서 그 도구로 적는다. 재료를 덱으로 바꾸는 입력은 네 갈래다.
사진. 손으로 쓴 노트나 학교에서 받은 어휘 자료를 찍어 올리면 단어·예문이 담긴 카드가 만들어져 미리보기로 오고, 필요 없는 건 그 자리에서 버린다.
문서·pdf. 텍스트가 있는 파일을 통째로 옮겨 치지 않는다. 올리면 후보가 도착하고 선택은 내 몫이다 — 한 번에 스무 장까지. 넣을 수 있는 총량에 상한이 있으니 첫날 분량을 도구가 대신 정해 준다.
음성·영상 파일. 100MB까지의 오디오·영상 파일을 올릴 수 있다(영상은 대략 10~15분 분량). 안의 말이 문장 단위로 정리되고 거기서 카드 후보가 온다.
자막 클릭. 확장을 켜고 자막이 있는 영상을 보다가 문장을 클릭하면 후보가 오고 고르면 그 자리에서 저장된다.
네 갈래의 공통점이 곧 설계다. 통째로 받아들이지 않고 내가 걸러낸 것만 덱에 남기는데, 그 이유는 명확하다. 걸러내지 않으면 어차피 아는 단어까지 덱에 들어가서 유지 부하만 커진다.
유지 부하를 계산하면 종류가 좁아진다
단어장을 고르는 기준은 사실 이 계산 하나로 충분하다. 예시로 새 카드 하루 스무 장을 한 달 넣으면 600장이다. 복습 간격은 처음엔 하루 이틀이라 열흘쯤 지나면 하루에 도착하는 분량이 새 스무 장에 복습 40~60장까지 불어난다. 여기서 감당이 안 되면 끊는 건 새 카드부터다. 복습은 이미 들어온 어제의 몫이고 새 카드는 오늘의 선택이니, 부하 조절은 언제든 손에 쥐고 있다. 페이지 순서대로만 진행되는 지면 단어장에는 없는 성질이다. 숫자는 예시일 뿐, 자기 시간을 넣어 계산하면 자기 분량이 나온다.
복습은 시스템이 잡는다
Piccard의 복습 일정은 FSRS-6 알고리즘이 계산한다. 카드마다 안정성(얼마나 오래 기억하는지)과 난이도를 따로 추정해서, 다음에 볼 날을 잊을 만한 시점으로 잡는다. 목표 유지율은 90%다. 열 번 중 아홉은 기억하는 시점으로 스케줄한다는 뜻이다. 평가는 네 단계(다시/어려움/좋음/쉬움)고, 틀린 카드는 간격이 짧아지고 맞힌 카드는 길어진다. 이 설계의 바닥에는 간격 반복 연구가 깔려 있다. 잊기 전에 다시 만난 기억이 가장 오래 남는다.
규칙 두 개가 더 붙는다. 앞면→뒷면 방향의 다음 간격이 180일 이상으로 잡히는 카드는 졸업으로 넘어가 일일 복습 큐에서 빠진다 — 되돌릴 수 있으니 다소 공격적인 기준이다. 그리고 여섯 번 놓친 카드는 '걸림'으로 표시된다. 못 외워서가 아니라 카드 만들기가 잘못된 경우가 대부분이라, 버티는 신호가 아니라 고치는 신호로 쓴다.
이 글의 방식이 안 맞는 순간
시험이 사흘 남았다면 덱을 새로 짓지 마라. 그 시간에 범위 목록을 세 번 훑는 게 낫다. 이미 어떤 형태든 단어장 하나를 끝까지 돌고 있다면 도구를 바꾸지 말고 그대로 끝내는 게 낫다. 이 글은 처음부터 자기 단어장을 짓는 사람의 것이다. 그리고 종이 노트에 쓰는 행위 자체가 좋아서 쓰는 사람이라면 그냥 쓰면 된다. 유지를 시스템에 맡길지 말지는 각자의 취향이다.
비용
Piccard는 시작할 때 150 에너지가 주어지고, 카드 한 장에 1 에너지다. 쓴 만큼만 $5/$10/$20 충전하는 구조라 매달 나가는 돈은 없다. 충전한 에너지는 만료되지 않는다. 요금은 사이트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시작
Piccard 크롬 확장 설치 후, 손에 있는 재료 하나부터 올려보자. 받아둔 pdf, 손글씨 노트 사진, 오늘 본 영상의 자막 — 어느 쪽이든 좋다. 모르는 것만 골라 오십 장쯤 만들고 오늘 복습까지 비우면 시작은 이미 끝나 있다. 종류를 고민하던 시간보다 짧다.
(받은 pdf를 카드로 바꾸는 디테일은 영어 단어장 pdf에서, 시험별 범위와 일정은 수능 영단어와 토익 영단어 pdf에서, 영상에서 모으는 습관은 유튜브 보다가 영어 단어장 만들기에서 다룹니다.)
전체 글 목록은 Piccard 블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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