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스 토익 단어 — 다시 읽는 것과 다시 떠올리는 것은 다른 일이다

'해커스 토익 단어'를 검색하는 사람의 손에는 대체로 책이 있거나 장바구니에 책이 있다. 해커스 보카로 대표되는 토익 단어집, 그리고 그 책을 어쩐단 말인가 하는 질문. 먼저 선을 긋는다 — 이 글은 특정 판본의 구성이나 품질을 다루지 않고 그 출판사와도 무관하다. 다루는 건 한 가지다. 이런 류의 단어집을 손에 넣은 사람이 다시 읽기로 끝내는 대신, 복습되는 카드 한 벌로 바꾸는 작업.

책은 읽기 계획으로 짜여 있다

구성은 판본마다 다르지만, 이런 류의 토익 단어집이 공통적으로 해 주는 일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하루치 분할. 큰 목록을 Day나 Unit으로 쪼개 놓는다. 책 편 쪽에서 만들어 놓은 진도표다. 문제는 이 진도가 내 속도와 내 시험일을 모른다는 것. Day는 책의 시간표지 내 시간표가 아니다.

빈출 순서. 흔히 자주 나오는 단어가 앞에 온다. 기출 기반으로 정리된 목록이라 재료 구실은 한다. 다만 빈출은 시험에 대한 정보지 나에 대한 정보가 아니다. 상위권 단어일수록 이미 아는 비율이 높고, 앞쪽 페이지는 그래서 빨리 지나간다.

정렬된 뜻. 한 단어에 뜻을 나란히 놓고 비슷한 표현을 옆에 붙인다. 찾아보기엔 최적의 형태다.

셋 다 '오늘 어디까지 읽을까'에는 답한다. 답하지 않는 질문이 하나 있다 — 내가 어제 뭘 잊었을까. 단어집이 끝까지 돌아가느냐 무너지느냐는 이 두 번째 질문에서 갈린다.

다시 읽는 것과 다시 떠올리는 것은 다른 일이다

책을 끝까지 가는 사람의 방식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 밑줄 친 것 다시 읽기, 체크한 것 모아 두 번째 바퀴. 여기엔 착각이 하나 깔려 있다 — 다시 본 단어는 다시 쓸 수 있는 단어라고 믿는 것. 페이지를 펴는 순간 뜻이 눈에 있으니 이건 꺼내기가 아니라 알아보기다. 시험장에서 필요한 동작은 반대 방향이다. 지문을 읽다가 단어를 만났을 때 기억에서 뜻을 꺼내 와야 하지, 페이지를 펼 수는 없다. 같은 시간을 다시 읽기에 쓴 것보다 스스로 꺼내 보는 연습이 기억을 더 오래 남긴다는 결과로 테스팅 효과 연구는 쌓여 있다.

밑줄의 정체도 여기에 있다. 밑줄은 '다시 볼 것'의 표시일 뿐 '다시 볼 때가 됐다'는 알림이 아니다. 언제 다시 봐야 하는지는 밑줄이 모르고, 책 어디에도 그게 적혀 있지 않다. 종이에는 일정표가 없다.

걸러내기가 회독의 크기를 정한다

책을 처음 훑는 행동은 외우기가 아니라 걸러내기다. 수는 예시로 잡는다. 목록이 2,000단어이고 그중 절반을 이미 안다고 하면 남는 건 1,000장. 하루 새 카드 20장이면 새 카드만 50일 치다. 걸러내지 않고 통째로 카드화하면 100일 — 시작도 전에 두 배가 된다. 빈출순 책일수록 앞쪽의 '이미 아는' 비중이 크니 이 절반은 보통 더 커진다. 두 번째 바퀴부터 차이는 더 벌어진다. 통째로 도는 사람은 아는 단어를 다시 읽는 데 시간을 쓰고, 걸러낸 사람은 모르는 1,000장만 돈다. 시험 종류가 달라도 '목록은 재료고 걸러내기가 내 몫'이라는 구조는 같은데, 수능 영단어에 같은 뼈대로 정리돼 있다.

변환: 책에서 덱으로

저는 아래 도구를 만드는 쪽(Piccard)에서 일한다. 종이 책을 카드로 바꾸는 흐름은 세 단계다.

첫날 훑기. 오늘 볼 Day 하나를 정해 읽으면서 모르는 것만 별지에 옮겨 적는다. 옮겨 적는 몇 분이 1차 걸러내기고, 아는 단어는 적지 않는다. 이 몇 분이 없으면 다음 단계도 없다 — 목록 전체를 올리는 게 아니라 내가 걸러낸 목록을 올리는 게 이 흐름의 핵심이니까.

올려서 후보 받기. 옮겨 적은 목록을 붙여넣거나 텍스트 파일로 올리면 단어·뜻·예문이 담긴 카드 후보가 뜨고, 품사와 발음 기호가 붙고, 필요하면 연어가 딸려 온다. 손으로 카드를 만들 때 치르던 일 — 사전 찾기, 예문 쓰기, 품사 정리 — 이 단계에서 채워진다. 붙여넣는 목록은 한 번에 스무 장까지고, 후보는 내가 고른다. 몰아서 실는 방법은 없는데, 이 제한이 하루 분량을 대신 정해 준다.

기출에서 만난 게 우선. 책을 돌리다가도 기출이나 문제집에서 모르는 단어를 만나면 그날의 첫 카드는 그쪽이다. 토익이 실제로 노리는 지점이 뜻의 어긋남이라는 건 같은 구조인데 — statement를 진술로만 알고 명세서로 나온 경우, balance를 균형으로만 알고 잔액으로 나온 경우 — 풀이는 토익 영단어 pdf에 정리돼 있으니 여기서는 생략한다. 앞면은 내가 놓친 그 뜻으로 만든다.

복습 일정은 FSRS-6가 계산한다

저장이 끝나면 남는 건 관리 문제다. 뭘 언제 다시 볼지. 종이 단어장이 이 질문에 답하는 방식은 밑줄과 회독 표시뿐인데, Piccard는 카드마다 잊을 만한 시점을 추정해 그날 볼 것만 준다. 일정을 계산하는 건 FSRS-6 알고리즘이고, 네 단계(다시/어려움/좋음/쉬움)로 평가하면 틀린 카드는 간격이 짧아지고 맞힌 카드는 길어진다. 잊기 직전에 다시 만난 것만 오래 남는다는 간격 반복 연구가 바닥에 깔린 설계다. 책에서는 몇 Day째로 관리했고, 여기서는 이 단어를 몇 번 틀렸냐로 관리한다.

시험일에서 거꾸로

Day는 앞에서부터 세는 단위고 시험 계획은 뒤에서부터 세는 게 맞다. 접수가 끝났으면 날짜부터 고정한다. 새 카드는 시험 이삼 주 전에 멈추고, 그다음은 오늘 돌아온 것만 비우고, 마지막 일주일은 자주 틀린 카드에만 시간을 쓴다. 그 '자주 틀린' 목록을 종이 시절에는 시험 전날 밤에야 손으로 만들었는데, 여기서는 이미 만들어져 있다.

이 방식이 안 맞는 순간

시험이 이주일 안쪽으로 남았다면 이제 와서 덱을 새로 짓지 마라. 그 시간에 책을 두 바퀴 훑고 마는 편이 낫다. 이미 이 책으로 회독이 돌아가고 점수가 오르는 중이라면 도구를 바꿀 이유가 없다 — 이 글은 회독이 무너진 사람의 것이다. 그리고 전자본을 갖고 있다고 통째 변환이 되는 건 아니다. 올리는 건 어디까지나 내가 걸러낸 목록이고, 한 번에 스무 장까지라는 제한은 그대로다.

비용

시험 접수료와 교재 값은 정해져 있으니 생략하고, Piccard의 구조만 적는다. 시작할 때 150 에너지가 주어지고, 카드 한 장에 1 에너지다. 쓴 만큼만 $5/$10/$20 충전하는 구조라 매달 나가는 돈은 없고, 충전한 에너지는 만료되지 않는다. 요금은 사이트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시작

Piccard 크롬 확장 설치 후, 오늘 볼 Day 하나를 정해 모르는 단어만 옮겨 적어 올리고 스무 장 안에서 골라 저장한다. 오늘 돌아온 복습까지 비우면 시작은 끝 — 책은 재료로 손에 남고, 거기서 걸러낸 덱이 회독을 대신 돌린다.


(올려서 후보를 고르는 흐름의 상세는 영어 단어장 pdf에서, 시험 어휘 전반의 뼈대는 토익 영단어 pdf수능 영단어에서 다룹니다.)

전체 글 목록은 Piccard 블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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