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 앱 추천 — 좋은 앱을 고르는 게 아니라 비는 자리를 고른다
'영어 공부 앱 추천'을 검색하는 순간의 대부분은 앱을 처음 찾는 때가 아니다. 폰에 영어 앱이 두세 개 이미 깔려 있고, 각각 열어본 날이 멀어진 뒤다. 그리고 다음 앱을 찾는다. 좋은 앱을 골라 다시 시작하는 일이 공부를 시작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 이 루프가 이 검색어의 정체다. 미리 밝혀둔다. 저는 아래에서 마지막에 다루는 Piccard를 만드는 쪽에서 일하고 있다. 그래도 이 글의 가름대 자체는 제 편향과 무관하게 성립한다. 좋은 영어 앱은 이미 많고, 실패의 원인은 대개 앱이 아니라 공부 흐름의 어디가 비었는지에 있다.
단어 앱 몇 개를 기능으로 겨루는 글(영어 단어장 추천 비교)과 암기 사이트 정리(영단어 암기 사이트 정리)는 따로 있다. 이 글은 그보다 한 발 앞선 질문을 다룬다 — 앱을 통째로 고르는 일. 어느 갈래의 앱이 내 공부의 어느 자리를 채우는지.
공부가 끊기는 지점은 두 군데뿐이다
앱이 해줄 수 있는 일을 끝까지 압축하면 둘이다. 매일 공부 자리에 앉게 만드는 일, 그리고 앉은 그 시간에 남는 것을 만드는 일. 편하게 쓰는 표현으로 전자를 습관 문제, 후자를 잔류 문제라 하겠다. 앱을 바꿔도 소용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 습관 문제를 잔류 문제를 푸는 앱으로, 그 반대로 갈아타기 때문이다. 매일 열리다 끊긴 사람이 더 정밀한 복습 앱으로 옮겨도 끊기는 건 똑같고, 매일 채우는데 안 남는 사람이 더 재밌는 앱으로 옮겨도 안 남는 건 똑같다.
갈래를 고르기 전에 확인할 것은 두 가지다. 첫째, 끊기는 지점이 어느 쪽인가. 둘째, 외울 목록이 정해져 있는가 — 시험 범위나 교재 단어장처럼 목록이 손에 있으면 회독시켜 주는 앱이 답이고, 없으면 내가 읽고 보다가 만나는 단어를 수집할 수 있는 앱이어야 한다. 통학길 폰으로 쓸지 책상 컴퓨터에서 쓸지는 그다음 확인 사항이다.
여섯 갈래 요약 표
| 갈래 | 대표 앱 | 잘하는 일 | 어울리는 순간 |
|---|---|---|---|
| 게임형 | Duolingo | 매일 조금씩 열게 만들기 | 시작이 안 될 때 |
| 세트형 | Quizlet, 교재 단어장 앱 | 정해진 목록 회독 | 시험 범위가 손에 있을 때 |
| 사전형 | 네이버 영어사전 단어장 | 찾아본 기록 쌓기 | 뜻 확인이 목적일 때 |
| 카드 도구형 | Anki | 복습 엔진 직접 관리 | 만들고 관리할 각오가 있을 때 |
| 영상 결합형 | Language Reactor, Migaku, Piccard | 보던 영상에서 수집과 복습 | 시청이 공부 재료일 때 |
| 수강형 | 클래스101 영어 강의 등 | 순서·커리큘럼 설계 | 혼자 순서를 못 짤 때 |
게임형 — 시작의 문제를 푸는 앱
Duolingo가 이 갈래의 대표다. 짧은 레슨, 무료로 시작하는 구조, 이어지는 연속 기록. 잘하는 일이 하나로 뚜렷하다 — 매일 의자에 앉히는 설계다.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데 필요한 건 결심이 아니라 낮은 문턱이고, 이 갈래는 그 문턱을 잘 만들었다. 하루 10분씩 한 달을 채우면 5시간이다. 시간은 이렇게 부지런히 쌓인다.
한계도 명확하다. 이 갈래가 책임지는 건 열림이지 남음이 아니다. 앉은 시간에 무엇이 남을지는 이 앱의 밖에서 따로 관리해야 한다 — 잔류 문제는 그 문제를 푸는 도구의 자리다. 습관이 잡힌 뒤에는 이 갈래의 앱을 졸업하거나 다른 갈래와 짝을 이루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 된다. 그리고 이 갈래의 앱을 아무리 오래 써도 잔류 문제가 저절로 풀리는 날은 오지 않는다 — 세월이 아니라 구조가 다른 문제다.
세트형 — 목록이 이미 정해진 경우
Quizlet은 남이 만든 단어 세트를 검색해서 바로 푸는 대표 주자고, 암기고래·말해보카 같은 교재 단어장 앱은 정해진 단어장을 통학길 폰으로 돌리는 용도다. 이 갈래의 강점은 즉시성이다 — 오늘 외울 목록이 이름으로 존재하는 사람에게 시작 속도가 가장 빠르다. 시험 범위가 정해진 상황에서 이견 없는 답이고, 사이트 쪽까지 포함한 정리는 영단어 암기 사이트 정리에 있다.
한계는 목록이 곧 한계다. 내가 실제로 읽고 보다가 만난 단어는 남의 세트에 없고, 세트형 앱은 그 단어를 어디서 가져올지 책임지지 않는다. 목록 밖의 단어가 쌓이는 삶을 사는 사람에게 이 갈래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전형 — 찾아본 기록
네이버 영어사전의 단어장 기능이 이 갈래의 표준이다. 검색한 단어를 담아두고 나중에 다시 편하게 본다. 뜻 확인에서는 여전히 가장 빠른 길이고, 오프라인 사전 앱도 있다. 다만 이건 찾아본 기록이지 복습 시스템이 아니다 — 담아둔 단어를 오늘 볼지 내일 볼지 정해 주는 쪽이 비어 있다. 기록이 쌓이는 느낌과 단어가 남는 것은 다른 일이다.
카드 도구형 — 관리를 직접 할 사람의 것
Anki는 복습 엔진만 놓고 보면 이견이 없다. 데스크톱 버전은 무료고, 최신 스케줄링 알고리즘 FSRS도 기본으로 들어간다.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잊는다는 망각 곡선 위에서 잊기 직전에 다시 만나게 하는 간격 반복을 제대로 돌려주는 도구다.
돈이 드는 쪽은 정작 카드를 만드는 일이다. 단어를 찾고, 적고, 예문을 붙이는 걸 장당 1~2분으로 잡으면 스무 장에 30~40분이다. 매일 이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에게 Anki는 최선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4,000장짜리 덱을 만들어 두고 안 여는 함이 된다. 이 조립 비용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는 Anki 없이 영어 단어 카드 만들기에 정리해 뒀다.
영상 결합형 — 보던 영상이 재료인 경우
이미 매주 영어 영상을 보고 있는 사람이 따로 목록을 만들 필요는 없다. 보던 영상이 목록이다. 이 갈래는 그 전제에서 출발하는 앱들이다.
Language Reactor는 이중 자막을 띄워 주는 일 자체를 잘 한다 — 자막 표시의 품질은 인정할 부분이고, 오래 쓰인 도구다. 저장한 단어를 본격적인 복습으로 돌리려면 다른 도구로 옮기는 흐름이 보통이다. Migaku(migaku.com)는 영상에서 문장을 뽑아 카드로 만드는 몰입 학습을 상품으로 만든 곳이다. 손이 많이 가는 설정과 구독 요금이 대가다.
Piccard(저희 쪽)는 이 갈래에서 수집과 복습을 한 흐름으로 붙인다.
자막 한 줄 클릭. 자막이 있는 유튜브 영상에서는 영어·한국어 자막이 함께 뜬다. 모르는 문장 한 줄을 클릭하면 그 줄로 단어·뜻·예문 카드 후보가 오고, 남길 것만 골라 저장한다. 클릭한 그 줄만 저장되고 영상 전체가 한 번에 카드로 바뀌는 길은 없다. 자막이 없는 영상에는 클릭할 자막 자체가 없다.
올려서 후보 받기. 받아둔 pdf나 사진, 붙여넣은 글을 올리면 후보 카드에 높음/중간/낮음 우선순위가 매겨져 오고 높음부터 미리 골라져 있다. 고른 것만 한 번에 최대 스무 장 확정한다 — 올린 자료가 통째로 카드가 되는 일은 없다.
복습. 저장하고 나면 FSRS-6가 카드마다 볼 날을 정한다. 평가는 네 단계(다시/어려움/좋음/쉬움), 목표 유지율은 0.9가 고정이고 바꾸는 설정은 없다. 영상에서 저장한 카드는 복습 때 그 문장이 나오던 시점을 그대로 재생한다 — 처음 만난 소리와 장면으로 다시 시험받는 것, 테스팅 효과의 회상 조건을 영상이 그대로 채운다.
웹에서는 화면의 단어를 두 번 클릭해 팝업 사전을 띄우고 한 번 더 눌러 카드로 넘기는 길도 있다. 크롬 확장과 웹으로 되어 있어 앱스토어에서 받는 앱은 아니고, 통학길 회독이 본 목적이면 위의 교재 단어장 앱들이 그 자리다. 듣기가 걸림돌이라면 토익 LC 공부법 쪽이 그 문제를 다룬다.
수강형 — 순서를 사는 경우
클래스101 같은 플랫폼의 영어 강의나 화상 수업이 이 갈래다. 내는 돈으로 사는 건 커리큘럼이다 — 무엇을 먼저 할지 혼자 정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유효한 형태고, 잘 만들어진 강의는 순서라는 것의 값을 한다. 대가는 수강료와 일정이다. 수업 시간표가 내 하루를 대신 정해 주는 구조가 부담이 아니라 도움인 사람에게 맞다. 말하기까지 가는 루트가 궁금하면 영어 회화 독학에 이어지는 길이 있다.
두 갈래를 짝지우는 게 보통의 답이다
여섯 갈래는 배타적이지 않다. 실제로 오래 가는 구성은 습관을 책임지는 앱 하나와 잔류를 책임지는 앱 하나의 짝이다. 게임형으로 매일 열고, 카드 도구형이나 영상 결합형으로 남긴다. 하루 10분 열기에 하루 5분 복습을 붙이면 15분이다 — 이 15분 구성이 한 달을 넘기면 그게 공부 자리고, 앱 고르기는 그 안에서 일어나는 작은 결정일 뿐이다. 앱 하나가 시작과 잔류를 동시에 책임지리라는 기대가 실패의 일반형이다 — 그런 앱은 갈래의 정의상 없다. 고를 때 보는 것도 같다. 이 앱이 잘하는 일이 내가 지금 비어 있는 자리인가, 그 하나면 충분하다.
갈래를 고를 단계가 아닐 때
남은 시간이 며칠이면 갈래 논의 자체가 사치다. 비교할 새에 손에 든 세트를 한 바퀴 더 도는 게 이득이다. 공부할 재료를 아직 못 정했다면 이 글은 한 발 앞단의 이야기다 — 볼 것부터 정하면 저절로 걸리는 단어들이 있고, 목록이 그렇게 생기고 나서야 갈래가 문제가 된다. 학원이나 수업에서 쓰라고 정해준 앱이 있다면 선택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
비용
여섯 갈래의 요금은 각자 다르고 자주 바뀌니 공식 페이지에서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Piccard의 구조는 이렇다. 시작할 때 150 에너지가 주어지고, 카드 한 장에 1 에너지다. 쓴 만큼만 $5/$10/$20 충전하는 구조라 매달 나가는 돈은 없고, 충전한 에너지는 만료되지 않는다. 요금은 사이트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시작
Piccard 크롬 확장을 설치하고 자주 돌려보는 영상 하나를 열어, 이번 주에 걸린 문장 줄을 클릭해 한 장 남긴다. 외울 목록이 이미 손에 있다면 그 파일을 먼저 올리는 순서다. 어느 길이든 쉰 장 남짓 쌓이고 오늘의 복습 큐를 비우고 나면, 앱 고르기라는 주제는 저절로 끝나 있다.
(단어 앱끼리의 기능 비교는 영어 단어장 추천 비교에서, 사이트·앱 형태별 정리는 영단어 암기 사이트 정리에서, 말하기로 이어가는 루트는 영어 회화 독학에서 다룹니다.)
전체 글 목록은 Piccard 블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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