텝스 단어, 어휘 섹션이 따로 있는 시험은 덱이 달라진다
텝스 어휘·문법 섹션의 명목 시간은 25분에 60문항이다. 초로 나누면 문항당 25초. 단어를 들여다볼 여유가 있는 시험이 아니다. 뜻이 즉각적으로 떠오르면 풀고, 안 떠오르면 찍고 넘어가는 구조라서, '텝스 단어'를 검색하는 사람이 결국 찾게 되는 답은 어휘의 인출 속도다. 이 글은 그 속도를 한 줄로 본다. 시험의 생김새, 어휘이 다른 시험과 다른 자리, 카드로 만들 분량의 계산, 그리고 시험일에서 거꾸로 세운 복습 계획.
시험지부터 읽는다
위키백과의 텝스 문서에 따르면 텝스는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이 개발한 영어 시험으로 1999년부터 시행됐다. 2018년 5월에 텝스 역사상 처음으로 전면 개편을 거쳐 지금의 얼개가 됐다. 현재 구조는 이렇다.
| 섹션 | 문항 수 | 배점 | 시간 |
|---|---|---|---|
| 청해 | 40 | 240점 | 40분(단독) |
| 어휘·문법 | 60(어휘 30, 문법 30) | 120점 | 통합 블록 65분 |
| 독해 | 35 | 240점 | 통합 블록 65분 |
| 합계 | 135 | 600점 | 약 105분 |
같은 문서의 2026년 개정 항목에 따르면 2026년 1월 10일 치러진 394회 정기시험부터 어휘·문법과 독해가 65분짜리 한 블록으로 묶였다. 블록 안에서는 세 파트를 자유롭게 오가며 풀 수 있고, 청해는 여전히 40분이 따로 주어진다. 점수는 문항 반응 이론(IRT) 방식으로 계산되고 만점은 600점이다.
통합 블록의 산수를 해 보자. 65분에 어휘·문법 60문항과 독해 35문항을 합친 95문항이다. 문항당 약 41초. 그런데 독해 지문은 읽어야 한다. 명목대로 어휘·문법에 25분, 독해에 40분을 배분하면 어휘·문법 쪽이 문항당 25초, 독해 쪽이 문항당 약 68초가 된다. 어휘 풀이가 문항당 5초씩 늘어지면 60문항에서 5분이 새고, 그 5분은 독해로 돌아오지 않는다.
어휘를 직접 묻는 칸이 있다
이 구조에서 텝스 어휘의 특징이 나온다. 다른 큰 시험들은 어휘를 간접으로 묻는 데 비해, 텝스는 어휘 30문항이 문법과 같은 섹션에 자리 잡고 직접 출제된다. 위키백과 문서 어디에도 공식 어휘 목록은 나오지 않는다. 시중 텝스 단어집은 기출을 훑어 정리한 근사치이고, 그 근사치를 다루는 게 이 글의 재료다.
| 시험 | 어휘를 묻는 자리 |
|---|---|
| 텝스 | 어휘 30문항이 별도 섹션에서 직접 출제된다 |
| 토플 단어 | 공식 목록이 없고 강의와 지문 속에서 간접으로 묻는다 |
| 토익 영단어 pdf | 대화와 지문의 문맥으로 묻는다, 뜻이 어긋나는 지점을 노린다 |
| 수능 영단어 | 공식 목록은 없고 EBS 연계 교재와 기출 빈출이 사실상의 범위다 |
표면 배점만 보면 어휘·문법 섹션은 120점, 총점의 2할이다. 그런데 어휘는 다른 섹션의 입구이기도 하다. 독해 지문에는 모르는 단어가 하나만 있어도 그 지문 전체가 느려지고, 청해 240점도 스크립트의 어휘를 모르면 놓친다. 배점 표에 잡히지 않는 이 간접 비중까지 합치면 어휘 준비의 실제 무게는 120점보다 크다.
분량은 걸러내기에서 나온다
재료는 보통 시중 단어집 하나로 시작한다. 목록을 손에 넣었을 때 첫 단계는 암기가 아니라 걸러내기다. 한 번 훑으면 모르는 단어가 연달아 나오지 않고 아는 단어 사이에 섞여 나온다. 아는 쪽은 걷어내고 걸린 쪽만 남긴다. 이걸 덱의 첫 분량으로 삼는다.
산수를 넣어 보자. 목록을 1,800단어로 잡고 그중 절반을 이미 안다고 치면 남는 건 900장이다. 시험까지 70일이 남았고 새 카드는 시험 20일 전에 멈춘다고 하면 새 카드 기간은 50일, 하루 18장이다. 걸러내지 않고 통째로 카드화하면 1,800장, 같은 50일에 하루 36장이다. 숫자는 자리표시다. 접수일과 하루 쓸 수 있는 시간을 바꿔 넣으면 내 계산이 나온다.
기출에서 걸린 단어가 그날의 첫 카드다
기출이나 문제집을 풀다가 모르는 단어를 만나면 그날 저장하는 첫 카드는 목록이 아니라 그 단어다. 앞면은 단어, 뒷면은 내가 놓친 뜻. 예문 자리에는 그 단어가 나온 원래 문장을 넣는다. 공장에서 찍어낸 예문과 달리 그 문장에는 내가 막혔던 맥락이 배어 있다. 카드를 넘기는 행위 자체가 인출 연습인데, 스스로 꺼내 보는 쪽이 다시 읽는 쪽보다 기억을 오래 남긴다는 결과는 테스팅 효과 연구에 쌓여 있다. 문항당 25초의 시험을 준비하는 카드는, 뜻이 나란히 놓인 참조 표가 아니라 물음 하나여야 하는 이유다.
덱을 짓는 실제 동작
저는 이 흐름을 만드는 쪽(Piccard)에서 일하고 있어서, 이 글의 도구는 Piccard로 적는다. 재료가 카드가 되는 갈래는 세 개다.
올려서 후보 받기. 걸러낸 목록을 직접 입력하거나 붙여넣어 올리면 단어·뜻·예문이 담긴 카드 후보가 돌아온다. 후보는 우선순위(높음·중간·낮음) 순으로 정렬돼 있고, 높음 후보는 이미 골라져 있다. 내 일은 저장할 것을 확인하고 나머지를 돌려보내는 것이다. 한 번에 최대 스무 장까지 오니, 첫날 분량은 도구 쪽에서 대신 정해진다.
영상 앞에서 바로. 청해 어휘는 듣는 자리에서 모은다. 자막이 있는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모르는 단어가 들린 문장의 자막을 클릭하면 카드 후보가 오고, 마음에 드는 것만 골라 저장한다. 확장을 켜면 영어·한국어 이중 자막이 떠 있어서 귀로 놓친 지점을 눈으로 바로 잡는다. 저장한 카드는 복습할 때 그 영상의 그 시점부터 다시 재생된다. 단어가 급하면 두 번 클릭하면 팝업 사전이 뜬다.
받아적기는 영어 오디오만. 청해 훈련으로 받아적기를 한다면 올릴 수 있는 건 영어 오디오뿐이다. 받아적다가 놓친 단어는 위의 흐름으로 카드에 얹는다.
간격은 FSRS-6가 계산한다
카드가 쌓이면 다음 문제는 배분이다. 무엇을 언제 다시 볼지. Piccard의 복습 일정은 FSRS-6 알고리즘이 계산하고, 목표 유지율은 0.9로 고정돼 있다. 다음 복습을 그 카드를 맞힐 확률이 90%쯤 떨어지는 시점에 배치하는 식이다. 복습할 때 네 단계(다시/어려움/좋음/쉬움)로 평가하면 틀린 카드는 간격이 짧아지고 맞힌 카드는 길어진다.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잊는다는 망각 곡선과, 잊기 직전에 만난 것만 오래 남는다는 간격 반복 연구가 이 설계의 밑바닥이다. 그래서 하루 할당은 '덱 전체'가 아니라 '오늘 큐에 들어온 카드'로 정해지고, 문항당 25초의 시험을 앞둔 사람에게 이 예측 가능성이 실질이다.
카드 한 장의 시간표, 시험일에서 거꾸로
텝스는 매달 정기시험이 열리니 접수일은 내가 고른다. 날짜가 정해지면 계획은 뒤에서 세운다. 새 카드는 시험 20일 전에 멈춘다(위 산수와 같은 기준). 그다음은 그날 큐에 들어온 복습만 치우고, 마지막 일주일은 '다시' 평가를 자주 받은 카드에만 시간을 넣는다.
FSRS가 간격을 어떻게 배분하는지 카드 한 장으로 보자. 시험 62일 전에 저장하고 매번 좋음을 받은 카드의 예시다.
| 시점 | 이전 복습에서의 간격 |
|---|---|
| 첫 학습(D-62) | 이날 저장 |
| 첫 복습(D-58) | 4일 |
| 둘째 복습(D-47) | 11일 |
| 셋째 복습(D-22) | 25일 |
| 다음 예정 | 약 55일 뒤(시험 지남) |
간격이 복습마다 두 배 남짓 늘어나는 게 정상적인 모양새고, 구체적 수치는 카드마다 다르다. 이 카드는 시험 전에 세 번 복습하고 네 번째는 시험 뒤에 돌아온다. 목표 유지율 0.9라는 건 시험 당일의 회상 확률도 그 근처로 맞춰져 있다는 뜻이다. 더 단단히 굳이고 싶은 카드는 평가를 '다시'로 내리면 간격이 줄어들어 시험 전에 한 번 더 끼어든다. 역산에서 내가 정하는 입력은 새 카드 마감일 하나고, 나머지 배분은 큐가 한다.
지금 와서 바꾸지 말아야 할 때
남은 기간이 한두 달이면 새 덱은 그림의 떡이다. 손에 있는 목록을 두 바퀴 돌리는 편이 이득이고, 이미 단어집 회독이 점수로 이어지는 중이라면 도구를 바꿀 이유가 없다. 이 글은 덱을 새로 지을 시간이 남은 사람의 것이다.
비용
접수료와 교재비는 시험 쪽과 서점이 정하는 값이라 여기서 다루지 않는다. Piccard의 구조만 적는다. 시작할 때 150 에너지가 주어지고, 카드 한 장에 1 에너지다. 쓴 만큼만 $5/$10/$20 충전하는 구조라 매달 나가는 돈은 없고, 충전한 에너지는 만료되지 않는다. 요금은 사이트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시작
Piccard 크롬 확장 설치 후에 갈림길은 두 개다. 걸러낸 목록의 첫 묶음을 올려 스무 장 안에서 골라 저장해도 되고, 오늘 푼 기출에서 걸린 단어부터 저장해도 된다. 오늘 저장한 카드와 오늘 큐에 들어온 복습을 치우면 첫날은 끝난다. 시험이 어휘를 직접 묻는다면, 그 물음에 답할 덱은 내가 걸러 만든 것이다.
(어휘를 간접으로만 묻는 시험의 같은 뼈대는 토플 단어에서, 목록을 걸러 올리는 흐름의 다른 예는 토익 영단어 pdf와 수능 영단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전체 글 목록은 Piccard 블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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