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플 단어 — 공식 목록은 없고, 강의와 지문이 범위다
'토플 단어'를 검색하는 사람이 찾는 건 범위다. 이번 시험에 나올 단어가 어디까지인지 묻는 것이다. 그런데 이 질문에는 받아 줄 공식 문서가 없다. ETS가 토플 어휘 목록을 공개한 적은 없다. 여기서 흔한 착각이 시작된다 — 목록이 없으니 시중 목록이 범위 행세를 하고, 있는 목록을 통째로 외우다가 정작 시험이 어휘를 내는 자리, 강의 듣기와 지문 읽기에서 걸린다. 이 글은 그 순서를 따라 정리한다. 범위의 정체, 단어장이 비워 두는 자리, 그리고 재료와 강의 영상에서 덱을 짓는 작업.
범위라는 것의 정체
공식 어휘 목록이 없다는 출발은 수능과 같다 — 수능 영단어에서 같은 구조를 다뤘다. 토플이 다른 지점은 방향이 훨씬 분명하다는 것이다. 토플은 대학 강의실에서 필요한 네 기능, 읽기·듣기·말하기·쓰기를 묻는 시험이고(ETS의 공식 안내에 나온다), 지문은 교양 강의 수준의 학술 텍스트, 듣기는 강의와 캠퍼스 대화로 짜여 있다. 그러니 '무엇이 나오느냐'의 근사치는 학술 영어 코퍼스다. 이걸 정리한 대표적인 결과가 코크스헤드(Averil Coxhead)가 학술 코퍼스를 훑어 만든 학술 어휘 목록(AWL) — 570개 어족의 목록이고, 시중 토플 단어장의 어휘 분포는 대체로 이 계열을 따라 간다.
그런데 AWL에는 한계가 하나 있고, 토플 준비는 이 한계를 다루는 데서 갈린다. 이 목록은 쓰인 학술 텍스트를 모아 만들었다. 토플의 듣기는 말하는 강의다. 눈으로 읽는 hypothesis와 귀로 쫓는 hypothesis는 같은 단어가 아니다. 목록을 아무리 돌려도 늘어나는 쪽은 눈뿐이라는 얘기인데, 아래에서 다시 보자.
단어장 한 줄이 커버하지 않는 자리
시중 단어장이 주는 형태는 한 줄에 뜻 하나다. 토플에서 이 형태가 비는 자리가 세 곳 있다.
문맥 속의 어휘. 토플 읽기에도 어휘를 직접 묻는 문형은 있다. 그런데 그 단어는 지문 안에서 만난다 — 사전 순서가 아니라 '이 지문에서 이 단어가 쓰인 낯'을 골라야 한다. discipline을 '훈련'으로만 알고 있으면, 지문이 이 단어를 '학문'으로 쓰는 순간 문장 전체가 흔들린다. 목록의 뜻 하나와 시험이 묻는 뜻이 어긋나는 이 구조는 토익과 같은 뼈대인데, 토익 영단어 pdf에 정리돼 있다.
귀로 만나는 어휘. 듣기는 강의와 캠퍼스 대화로 나온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 통합형 쓰기는 지문을 읽고 강의를 듣고 시작하고, 통합형 말하기에도 듣기가 들어간다. 듣기가 약하면 듣기 섹션 하나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 구조다.
꺼내 쓰는 어휘. 말하기와 쓰기는 인식이 아니라 생산을 묻는다. 뜻을 보고 아는 단어와 내 문장 안에 넣을 수 있는 단어 사이에는 계단이 하나 있고, 목록 학습은 그 계단을 오르지 않는다.
첫 작업은 외우기가 아니라 걸러내기다
범위가 근사치라도 재료는 필요하니 대부분 목록 하나를 갖고 시작한다. 그러면 첫 작업은 외우기가 아니라 걸러내기다. 목록을 처음 훑으면 모르는 단어가 연달아 나오지 않고 아는 단어 사이에 섞여 나온다. 아는 것은 버리고 모르는 것만 남긴다. 남은 목록이 곧 내 덱의 첫 분량이다.
규모는 이렇게 세 볼 수 있다. 준비 기간을 90일로 두고 새 카드를 시험 한 달 전에 멈춘다고 치면 새 카드 기간은 60일이다. 하루 새 카드 10장이면 600장. 2,000단어짜리 목록에서 모르는 게 삼 할이라고 치면 남는 게 600장이다.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이렇게 세 보면 '목록 통째로 외우기'가 애초에 단위가 안 맞는다. 수는 예시다. 내 접수일과 하루 가용 시간을 넣으면 내 계산이 나온다.
지문과 스크립트에서 만난 단어가 목록보다 우선이다
기출이나 모의고사를 풀다가 모르는 단어를 만나면 그날의 첫 카드는 목록이 아니라 그 단어다. 읽기 지문에서 걸렸든, 듣기 스크립트를 확인하다가 걸렸든 저장은 문장째 한다. 앞면은 단어, 뒷면은 내가 놓친 뜻 — discipline이 '학문'으로 쓰이는 걸 놓쳤다면 그쪽이 카드다. 예문 자리에는 그 단어가 나온 원래 문장이 들어간다. 내가 실제로 걸린 문장은 남이 만든 예문보다 훨씬 빨리 붙는다.
덱 만들기, 실제 흐름
저는 이 흐름을 만드는 쪽(Piccard)에 있어서 그 도구로 적는다. 재료를 덱으로 바꾸는 동작은 세 갈래다.
목록·강의 노트 올려서 걸러내기. 받아둔 pdf나 인강에서 받은 어휘 자료를 통째로 옮겨 치지 않는다. 자료를 올리면 단어·예문이 담긴 카드 후보가 뜨고, 필요한 것만 골라 저장한다 — 한 번에 스무 장까지. 몰아서 넣을 수 없다는 제한이 첫날 분량을 대신 정해 준다.
지문·스크립트에서 뽑기. 기출에서 모르는 단어를 만나면 그 문장과 함께 카드로 뺀다. 품사와 발음 기호가 같이 붙고, 필요하면 연어를 얹는다. 충전한 에너지를 써서 AI 이미지를 얹을 수도 있는데, 추상 명사처럼 그림이 잘 안 그려지는 단어는 빼면 된다.
강의 영상에서 그 자리에서. 듣기 어휘는 듣는 자리에서 모아야 한다. 자막이 있는 유튜브 학술 강의 — 대학 공개강의나 토플 듣기와 비슷한 화법의 강연 — 을 보다가 모르는 단어가 들린 문장의 자막을 클릭하면 후보 카드가 오고, 고르면 그 문장이 그대로 예문으로 저장된다. 확장을 켜면 이중 자막이 떠 있으니 귀로 놓친 지점을 눈으로 바로 확인하게 된다. 클릭 두 번이고, 나중에 복습할 때 그 강의실 문장이 같이 돌아온다.
복습은 FSRS가 잡는다
카드가 쌓이면 '무엇을 언제 다시 볼지'가 관리 문제가 된다. 손으로 하면 밑줄 친 단어장이고, 시스템에 맡기면 복습 큐다. Piccard의 복습 일정은 FSRS-6 알고리즘이 계산한다 — 카드마다 잊을 만한 시점을 추정해 그날 볼 것만 준다. 네 단계(다시/어려움/좋음/쉬움)로 평가하면 틀린 카드는 간격이 짧아지고 맞힌 카드는 길어진다.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잊는다는 망각 곡선과 잊기 직전에 다시 만난 것만 오래 남는다는 간격 반복 연구가 이 설계의 바닥에 있다. 강의에서 저장한 카드는 문장째 복습 큐에 들어가니, 눈 카드와 귀 카드가 같은 줄에서 돌아간다.
시험일에서 거꾸로 계산한다
토플도 날짜를 정하고 보는 시험이니 계획은 뒤에서 세운다. 새 카드는 시험 한 달 전에 멈춘다. 그다음은 오늘 돌아온 카드만 비우고, 마지막 한두 주는 자주 틀린 카드에만 시간을 쓴다. '자주 틀린' 목록이 손에 있느냐 없느냐가 시험 전날 밤을 갈라놓는데, 손으로 오답노트를 만들던 시절과 달리 이건 이미 만들어져 있다.
이 방식이 안 맞는 순간
시험이 한두 달밖에 안 남았다면 이제 와서 덱을 새로 짓지 마라. 그 시간에 받아둔 목록을 두 바퀴 훑고 마는 게 낫다. 이미 단어장 하나를 끝까지 돌고 있다면 도구를 바꾸는 것보다 그대로 끝내는 게 낫다 — 이 글의 방식은 처음부터 덱을 짓는 사람의 것이다. 그리고 같은 네 기능을 묻는 해외 시험이라도 재료는 다른데, 아이엘츠 단어장이 그 예시다.
비용
시험 접수료와 교재 값은 정해져 있으니 생략하고, Piccard의 구조만 적는다. 시작할 때 150 에너지가 주어지고, 카드 한 장에 1 에너지다. 쓴 만큼만 $5/$10/$20 충전하는 구조라 매달 나가는 돈은 없고, 충전한 에너지는 만료되지 않는다. 요금은 사이트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시작
Piccard 크롬 확장 설치 후, 받아둔 목록의 첫 묶음을 올려 모르는 것만 골라도 되고, 오늘 들은 강의에서 걸린 단어부터 저장해도 된다. 카드 오십 장에 오늘 복습까지 비우면 시작은 끝난다 — 범위를 대신 정해 줄 문서는 없다는 걸 알고 시작했으니, 남은 기간은 불확실성에 내맡기지 말고 내가 걸러 낸 덱에 맞춰 쓰면 된다.
(강의 영상에서 어휘를 모으는 흐름은 유튜브 보다가 영어 단어장 만들기에서 다룹니다. 공식 범위가 없는 시험 어휘의 같은 뼈대는 수능 영단어와 토익 영단어 pdf에서, 네 기능 해외 시험의 다른 재료는 아이엘츠 단어장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전체 글 목록은 Piccard 블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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