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특강 영어 단어 — 지문에서 걸러낸 것이 그 해의 범위다

'수능 특강 영어 단어'를 검색하는 순간에는 책이 이미 있다. 흔히 수특이라 부르는 EBS 수능 특강 영어. 인강이든 학교 진도든 강의를 따라 지문을 읽고 있는데, 읽히는 것과 남는 것이 다를 때 이 검색을 하게 된다. 먼저 선을 긋는다 — 이 글은 수특을 깎는 글이 아니다. 수특은 그 해 수능과 이어지는 EBS 연계 교재고, 강의별 지문과 빈출 어휘를 짜 놓은 잘 만든 진도표다. 문제는 책이 아니라 책 다음에 있다. 읽는 계획까지는 짜여 있는데 복습하는 계획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 이 글은 그 빈자리를 채우는 흐름을 정리한다.

교재는 읽기 계획으로 짜여 있다

수특이 연계 교재라는 사실은 이 검색을 하는 사람이 이미 아는 부분이고, 이 글은 거기에 숫자를 얹지 않는다. 구성을 뜯어 보면 공통적으로 세 가지다.

강의별 지문. 그 해 수능과 이어질 지문들이 강의 단위로 배열돼 있다. 교재의 핵심 재료고, 수특의 가치는 대부분 여기 있다.

빈출 어휘 정리. 강의마다 지문에서 뽑은 어휘를 뜻과 함께 옆에 정리해 놓는다. 찾아보기에는 좋은 형태인데, 표는 읽는 대상이지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장치가 아니다.

진도 배열. 강의에 번호가 붙어 있어 무엇을 언제 읽을지 이미 정해져 있다. 책 편 쪽에서 만들어 놓은 시간표다.

셋 다 '오늘 어디까지 읽을까'에는 답한다. 진도표 겸 지문 모음으로서는 잘 짜인 책이다. 답하지 않는 질문이 하나 있다 — 지난 강의에서 내가 뭘 잊었나. 읽기 계획과 복습 계획은 별개의 설계인데, 교재는 앞쪽만 담당한다. 수능 어휘의 범위가 애초에 어떻게 성립하는지는 수능 영단어에서 정리했으니 여기서는 되풀이하지 않는다.

다시 읽는 지문과 다시 떠올리는 단어는 다른 일이다

수특으로 회독을 돌리는 전형적인 모양은 정해져 있다. 모르는 단어에 밑줄, 다음 회독에 밑줄 친 것 다시 읽기. 여기엔 착각이 하나 깔려 있다 — 다시 본 단어는 다시 쓸 수 있는 단어라고 믿는 것. 지문을 다시 읽는 순간 뜻이 눈에 들어오니 이건 꺼내기가 아니라 알아보기다. 수능장에서 필요한 동작은 반대 편이다. 처음 보는 지문을 읽다가 단어를 만났을 때 기억에서 뜻을 꺼내 와야지, 5강을 펼칠 수는 없다. 다시 읽는 쪽보다 스스로 꺼내 보는 쪽이 기억을 더 오래 남긴다는 테스팅 효과 연구는 오래 쌓여 왔다.

밑줄의 정체도 여기에 있다. 밑줄이 말해 주는 건 '여긴 다시 봐야 한다'까지지, '지금이 그때다'까지는 아니다. 5강에서 체크한 단어가 17강을 읽는 오늘 잊혔는지는 책이 모르고 나도 모른다. 종이에는 일정표가 없다. 진도표는 있어도.

걸러낸 것이 그 해의 범위가 된다

수특에서 어휘를 다루는 첫 동작은 외우기가 아니라 걸러내기다. 지문을 읽다가 뜻이 걸리는 단어만 남기고 나머지는 흘려 보내는 것. 수특 특유의 이점이 여기서 나온다. 그 해 수능과 이어진 지문에서 내가 직접 걸러 낸 목록은, 누군가 미리 묶어 놓은 빈출 목록이 아니라 그 해의 지문에서 내가 모르는 부분만 뽑아 낸 목록이다. 범위를 고르는 단계가 아예 사라지고 걸러진 결과가 곧 범위가 된다. 빈출 목록의 상위권은 이미 아는 비중이 크지만 지문에서 걸린 단어는 정의상 내가 모르는 단어다. 같은 우선순위라도 성격이 다르다는 얘기다.

수는 예시로 잡는다. 한 학기 치 지문에서 단어를 긁어 모았더니 800단어였고, 첫 훑음에 모르는 표시가 40%였다. 첫 덱은 320장이다. 하루 새 카드 10장이면 새 카드만 32일이고 복습은 그 사이에 매일 얹힌다. 걸러내지 않고 통째로 외우기로 가면 그 네 배를 안고 가는 셈인데, 이 계산은 어디가 끝나는지가 보이느냐의 차이다. 우리 쪽에서 수특 지문 pdf로 이 흐름을 돌려 본 범위에서는 지문 하나에서 처음 보는 표시가 나는 단어가 손에 꼽힌다. 통계가 아니라 관찰이지만, 걸러내기 쪽이 싸다는 계산은 대개 성립한다.

변환: 지문에서 덱으로

저는 이 도구를 만드는 쪽(Piccard)에서 일하고 있어서 그 도구로 적는다. 재료가 덱이 되는 길은 세 갈래인데, 수특에서는 첫 갈래가 메인이다.

지문 pdf를 올려 후보에서 고르기. 오늘 볼 강의의 지문을 pdf로 올리면 단어·뜻·예문·발음이 담긴 후보 카드가 0에서 100까지의 우선순위 점수와 함께 오고, 남길 것만 골라 한 번 확정한다 — 한 번에 최대 스무 장이다. 올린 pdf가 통째로 카드가 되는 길은 없다. 스무 장이라는 끊어짐이 하루 분량을 대신 정해 준다. 지문이 아니라 강의별 어휘 정리 쪽을 올려도 같은 흐름으로 돌아간다. 지문을 올렸다면 후보의 예문 자리에 그 지문의 원래 문장이 들어 온다 — 단어가 어떤 글에서 어떤 낯으로 나왔는지가 그대로 남는다는 게, 남이 만든 어휘 표에서 옮겨 적는 것과 갈리는 지점이다.

화면에서 두 번 클릭. 지문을 화면에서 풀어 읽다가 모르는 단어를 두 번 클릭하면 영어 학습자 사전이 먼저 뜨고, 한 번 더 누르면 카드가 된다. 목록을 만들러 가는 게 아니라 읽는 자리에서 저장이 끝난다.

자막이 있는 유튜브에서 그 줄만. 쉬는 시간에 자막이 있는 영상을 보다가 자막 한 줄을 클릭하면 그 줄로 카드 후보가 오고 남길 것만 고른다. 클릭한 그 줄만 저장된다. 자막이 없는 영상은 안 된다. 저장한 카드는 복습 때 그 문장이 나오던 영상 시점을 그대로 재생한다.

복습 일정은 FSRS-6가 계산한다

저장이 끝나면 남는 건 관리 문제다. 지난주에 저장한 단어가 오늘 잊혔는지는 누가 아는가. Piccard는 카드마다 잊을 만한 시점을 추정해 그날 볼 것만 주는데, 일정을 계산하는 건 FSRS-6 알고리즘이다. 복습 평가는 네 단계(다시/어려움/좋음/쉬움)이고, 목표 유지율은 0.9가 기본이며 이 유지율을 바꾸는 설정은 따로 없다. 틀린 카드는 간격이 짧아지고 맞힌 카드는 길어진다.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잊는다는 망각 곡선과 잊기 직전에 다시 만난 것만 오래 남는다는 간격 반복 연구가 설계의 바닥에 있다. 수특으로 치면 몇 강째냐가 아니라 이 단어를 몇 번 틀렸냐로 관리되는 셈이다.

시험일에서 거꾸로

수능은 날짜가 고정된 시험이니 계획은 뒤에서 세운다.

시기하는 일
수특 진도 중지문을 읽으며 모르는 것만 카드로 만든다 — 새 카드는 이 시기에 쌓인다
진도가 끝난 뒤오늘 돌아온 복습 큐만 비운다. 수능 완성으로 넘어가도 큐는 계속 돈다
9월·10월 모의고사 무렵새 카드를 멈춘다
시험 전 2~3주자주 틀린 카드에만 시간을 쓴다

자주 틀린 목록이 저절로 만들어져 있다는 게 손으로 오답노트를 적던 방식과 다른 점이다.

이 방식이 안 맞는 순간

지금이 가을이라 시험이 한두 달 남았다면 새로 덱을 짓지 마라. 그 시간에 걸러 둔 목록을 세 번 읽고 마는 편이 낫다. 지문에서 모르는 단어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면 이 흐름은 할 일이 없다 — 어휘가 아니라 다른 데서 등급이 갈린다는 뜻이니 수능 영어 공부법 쪽이 맞다. 이미 밑줄 회독이 잘 돌아가고 점수가 오르는 중이라면 도구를 바꿀 이유가 없다 — 이 글은 회독이 무너진 사람의 것이다. 단어장부터 아직 고르는 중이라면 순서가 다른데, 수능 단어장이 그 앞단이다.

비용

Piccard의 구조만 적는다. 시작할 때 150 에너지가 주어지고, 카드 한 장에 1 에너지다. 쓴 만큼만 $5/$10/$20 충전하는 구조라 매달 나가는 돈은 없고, 충전한 에너지는 만료되지 않는다. 요금은 사이트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시작

Piccard 크롬 확장 설치 후, 오늘 볼 강의의 지문 하나를 올려 후보에서 모르는 것만 골라 스무 장 안에서 저장한다. 오늘 돌아온 복습까지 비우면 시작은 끝 — 수특은 진도표 겸 지문 모음으로 책상에 남고, 거기서 걸러낸 덱이 복습을 대신 돌린다.


(시험 어휘의 범위 논점은 수능 영단어에서, 같은 뼈대로 다른 교재를 다룬 글은 해커스 토익 단어토익 영단어 pdf에서 다룹니다.)

전체 글 목록은 Piccard 블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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